(예병일의 경제노트, 2007.10.24)개인의 사적 재산과 달리 소유관계가 명확히 설정되지 않은 공유재산은 불행히도 효율적으로 관리되지 못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자신의 소유가 아니어서 공짜처럼 무책임하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공원의 화장실은 왜 항상 지저분한가. 공유재산이나 공공 자원은 함부로 남용되어, 쉽게 더러워지고 고갈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공유재산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 이라고 한다.
공공 부문에서 벌어지는 '방만한' 지출이 계속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몇번 말씀드린적이 있지만, '주인'이 확실치 않은, 실제로는 '국민 모두의 돈'을 놓고 벌어지는 낭비사례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최근에 한국은행 총재의 연봉이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한은총재의 2006년 연봉은 3억8542만원.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훨씬 큰 미국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지난해 연봉 18만3500달러(약 1억6800만원)의 2.3배에 달합니다.
"2006년에 1조7000억원의 적자를 낸 한은이 왜 총재의 연봉을 26%나 크게 올렸느냐"는 한 국회의원의 질문에 대해, 한은이 내놓은 대답이 더 당혹스럽습니다.
"다른 국책은행장의 연봉에 비해 한은 총재 연봉이 지나치게 낮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연봉을 크게 올렸다.”
다시말해 한은 총재의 연봉이 산업은행 총재(7억4214만원)나 중소기업은행장(7억2289만원) 연봉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인상했다는 얘깁니다. 세금으로 이들의 월급을 주고 있는 국민들은 7억원이 넘는 산은총재와 중소기업은행장의 연봉에 자연 눈길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의 연봉 액수는 누가 결정하나?...", "이들은 국민들로부터 연봉 7억원을 받을 만큼의 가치를 실제로 만들어내고 있나?..."
예산 수 억원씩을 개인적인 친분이나 목적을 위해 '자기 돈'처럼 쓴 전직 기획예산처장관, 수 억원씩의 연봉을 받는 정치권 출신 공기업 임원과 감사들, 야근을 하지도 않았으면서 야근수당을 타가는 일부 공무원들... 매번 문제로 지적이 되고 국민들을 슬프게 만들지만, 고쳐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 모습들입니다.
이처럼 소유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공유재산이 효율적으로 관리되지 못하는 속성을 경제학에서는 '공유재산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 이라고 합니다.
자기 집 화장실을 깨끗하게 관리하면서 공원의 화장실은 지저분하게 쓰듯이, 자신의 돈이라면 몇 만원도 낭비하지 않을 사람들이 '주인 없는 돈'이라는 생각에 공유재산을 방만하게 사용하는 것입니다.
실패한 사회주의 실험에서도 드러났듯이, '사람의 본성'을 바꿀 수 없다면, 해결책은 하나 뿐입니다. 저자의 표현대로 '자신의 행위로 유발되는 모든 사회적 비용을 각 개인이 부담케 하는 것'입니다.
정치인이나 정부가 공유재산의 비극을 막을 수 있도록 엄격한 룰을 만들고 실천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국민들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